<발표문 요지>
1. “종교, 섹슈얼리티, 그리고 욕망의 두 극: 금욕주의와 탄트리즘의 경우
발표: 김윤성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종교와 섹슈얼리티의 관계 유형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금욕주의나 탄트리즘 같은 극단적 관계 유형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기에 특히 흥미를 끈다. 일단, 단순화하자면, 금욕주의는 섹슈얼리티의 극대화된 부정이고, 탄트리즘은 섹슈얼리티의 극대화된 긍정이다. 그런데 때로 전자의 욕망 절제에 대해서는 섹슈얼리티를 부정함으로써 인간 실존의 신체적 토대 자 체를 부정한다는 비판이, 후자의 욕망 구현에 대해서는 섹슈얼리티의 무절제한 과잉을 방임한다는 비판이 가해지기도 한 다. 그러나 금욕주의는 욕망의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욕망을 초극하기 위해 이에 극도로 민감해지는 테크닉이며, 탄트리 즘은 욕망의 단순한 방임이 아니라 욕망이 엄밀히 직조된 수로를 따라 발현되도록 통제함으로써 욕망 자체를 초극하는 테크닉이다. 이렇듯, 욕망을 처리하는 방식에서는 다를지라도, 종교적 완성에 이르는 길의 출발점으로 욕망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금욕주의와 탄트리즘 사이에는 서로 상응하는 지점이 있다. 이 논문은 금욕주의와 탄트리즘 사이에서 보이는 대 조와 상응의 양상을 살핌으로써 섹슈얼리티가 종교적 삶에 어떤 근본적 차원에서 관련되는지 성찰해보고자 한다.
2. 섹슈얼리티와 성(聖): 성스러움의 위상과 정상(正常) 섹슈얼리티
발표: 심형준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섹슈얼리티의 성스러움은 한편으로는 너무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통상 종교적 행위와 연관된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할 때 그러하다. 종교와 관련성이 크지 않더라도 섹슈얼리티 자체는 성스러움의 논리를 간직하고 있다. 섹슈얼리티와 금기가너무나 익숙한 짝이라는 점을 고려해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섹슈얼리티의 성스러움을 드러내는 '금기'로부터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위험한 성, 더러운 성, 깨끗한 성, 그리고 정상적인 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스러움이라는 개념이 속(profane)과 짝 개념이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정상과 비정상과 자연스
럽게 관련된다. 주지하다시피 섹슈얼리티는 비정상의 문제가 민감한 영역이다. 때문에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는 성스러움의 논리가 정상과 비정상의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잘 포착하게 한다. 여기에서는 이 점에 주목해서 성스러움 에 대한 논의를 좀 더 확장시키는 작업을 시도하고자 한다.
3. 일본교와 섹슈얼리티 : 미시마 유키오, 천황제, 에로티즘
발표: 박규태(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본 논문은 일본종교가 아니라 일종의 시민종교 혹은 일본문화론으로서의 '일본교'를 문제삼으면서 '종교와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현대일본의 정신상황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 때 현대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비롯한 소설 및 천황제 담론과 에로티즘의 관계를 규명하면서, 그의 할복사건을 둘러싼 죽음과 에로티즘의 관계에 대해 라캉적 주이상스의 관점에서 검토하는 한편, 미시마 유키오 현상 자체를 '일본교'의 한 증상으로 파악함으로써 문화를 매개로 하는 종교와 섹슈얼리티의 불가분의 관계양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4. 사랑이 조각하는 죽음의 공간
발표: 이창익(한림대 생사학연구소 HK연구교수)
흔히 사람들은 사랑해서 결혼을 하거나, 사랑을 해야만 결혼을 하거나, 사랑을 하니 결혼을 해야만 한다. 섹스에 대해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물론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는 사랑하지 않는데도 결혼을 하거나, 사랑하는 데도 결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려보여 준다. 역시 섹스에 대해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어찌 됐든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 사랑을 해야만 하는 사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나는 사랑, 섹스, 결혼이라는 이 굳건한 근대적 삼위일체의 구조를 하나씩 해체해 나가려 한다. 사랑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하거나 같은 생각을 갖거나 같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개연적 가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호감에 의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며 가족을 구성한다. 둘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둘의 하나를 주장한다 . 그러나 사랑에 대한 증거는 오로지 섹슈얼리티라는 물질적 메커니즘뿐이다. 오로지 섹슈얼리티가 지니는 내밀성과 비밀성의 체계를 이용하면서 사랑은 문화적 이데올로기라는 자신의 혐의를 은폐한다. 사실 우리는 사회적 책임의 많은 부분이 사랑이라는 사적 관계 속으로 무한 이동하는 세계를 살고 있다. 우리가 지닌 사랑의 신화는, 혹은 사랑이라는 ‘문화적 명령’은 우연성과 변덕스러운 감정과 짧은 섹스라는 허약한 기반 위에 지나치게 많은 무거운 것을 올려두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지극히 위험한 사회적 구성물이다. 아마도 이 글은 이러한 사랑으로 인해, 혹은 사랑의 결핍으로 인해 우리가 당도하는 죽음의 공간을 묘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종교는 모든 것,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비개연성을 주장한다. 종교 안에서의 섹슈얼리티는 그러므로 근대적 섹슈얼리티와는 상반되는 지점에서 구성된다. 그러나 종교적이든 근대적이든 사랑과 섹슈얼리티는 그 과도함으로 인해서 죽음의 공간 에 근접해 있다. 이 글의 핵심 개념들은 대략 이렇게 구조화될 것 같다.
5. “섹스 앤 더 시티”: 섹슈얼리티, 몸, 쾌락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 다시 읽기
발표: 안연희(서울대 종교학과 시간강사)
흔히 고대 종교에서 원초적 생식력으로 숭배되거나 초월적 합일의 방식으로 활용된 소위 ‘성스러운 섹슈얼리티’라는 틀은 그리스도교의 금욕적 윤리와 죄 관념에 의해 결정적으로 부정되거나 전복되었다고 여겨진다. 특히 4, 5세기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정욕과 그에 의해 오염된 생식 및 출산을 원죄의 유전과 결부시키는 교리를 통해 그리스도교와 서구 문명 전체에 성적 욕망과 행위를 수치로 여기고 죄악시하는 관점을 확립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몸의 본성, 즉 욕망에 대한 그의 뒤틀리고 음울한 시각은 인간을 몸으로부터 소외시킴으로써 정신적인 분열과 문화적 불모상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반 섹슈얼리티적인 관점은 그 개인의 경험과 극단적 성향의 문제로 치우쳐 평가되기도 하지만, 초기 그리스도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극단적 관점, 더 넓게는 고대 말의 지성사, 종교사에 팽배했던 금욕주의적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당대의 과격한 금욕 수도자들과 비교할 때, 오히려 아우구스티누스는 열정적 금욕의 덕과 결혼의 선함 사이의 긴장을 신학적으로 해결하려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성과 욕망에 대한 근원적 불안의 시선과 동시에 결혼의 유익함을 신학적으로 정립하는 일견 모순적이고 복합적 신학적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그러므로 아우구스티누스 신학의 계속된 영향을 고려할 때, 그의 섹슈얼리티, 몸, 쾌락에 대한 관점을 단순히 반 섹슈얼리티주의로 표면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 복합적이고 미묘한 긴장의 구조에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제2의 펠라기우스로 간주된 율리아누스와의 오랜 논쟁과 아우구스티누스의 후기 저술, 편지 등을 다시 검토하면서, 금욕주의와 동정성, 의지와 본성, 죄와 은총, 몸의 부활에 대한 논쟁과 관련되어 개진된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들을 분석하고, 초기 그리스도교사에서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부정되고 어떤 전도된 형식으로 재통합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문화 속에서 섹슈얼리티의 자리를 파악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6.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 남장여자 수도자들과 젠더 지형
발표: 최화선(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공인 이후 그리스도교의 전개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는 수도생활의 확산이며, 이에 따라 많은 수도자들과 성자들의 삶을 다룬 전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4세기 성 안토니우스의 생애를 기점으로 많은 성자들과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편집본들이 제작되었다. 이러한 수도자들 이야기 속에서 눈길을 끄는 유형 중 하나가 남장 여자 수도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러저러한 연유로 인해 남장을 하고 남자 수도원에 들어간 여자 수도자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이 이야기들은 주로 5세기 후반부터 6세기를 거쳐 7세기를 이르는 동안 많이 만들어졌고, 대부분 그리스어와 시리아어로 기록되어 전해졌다. 남장 여자 수도자들 이야기 속에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당대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통념 및 이의 이면에서 움직이는 성적인 긴장관계, 이분법적 젠더의 교란,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 젠더 담론의 다중성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남장 여자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정리 분석해보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당대 그리스도교의 섹슈얼리티와 젠더 담론 지형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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