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문 요지>
1. 이미지와 응시: 고대 그리스도교의 시각적 신심(visual piety)
발표: 최화선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흔히 다채로운 신상으로 가득 찬 그리스 로마 종교와 결별하고 유대 종교의 엄격한 성상파괴주의를 계승했다고 해석되
는 고대 그리스도교의 모습은, 이미지와 시각적 종교 경험에 대한 경계와 투쟁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카타콤에 남아있는 벽화와 이미지들, 성서 속 장소들을 찾아보기 위해 또 살아있는 성자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찾아 온 순례자들의 존재는 고대 그리스도교 문화에 널리 퍼져 있던 다양한 시각적 종교경험들을 암시해준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이미지만이 아니라 보는 행위로서의 응시를 포함하는 시각 문화와, 그 속에서 다양한 시각적 경험과 표현을 통해 구축되는 그리스도교 주체의 형성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글은 이미지에 대한 찬반 논쟁의 구도를 넘어서, 무덤, 의례, 순례, 장신구 등 일상적인 종교문화에서 고대 그리스도교의 시각적 신심(visual piety)의 양상을 규명해볼 것이며,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도교인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기억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된 요소로서 시각과 이미지를 논의해볼 것이다.
2. 중세 후기 “열리는 성모상(Vierge ouvrante)”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물질적 상상력
발표: 안연희 (서울대학교)
중세 후기 그리스도교에서 신심의 매개 혹은 발현물이었던 성물들은 다양한 성상, 기도서, 성물함, 제단화에 이르기까지 풍부했고, 비판과 논쟁을 불러올 만큼 성행했다. 마리아공경이 공식화된 이후 성모상도 훨씬 다양해지는데, 13세기부터 나타난 “열리는 성모상”은 삼위일체 교리, 성모신심과의 관련성 뿐 아니라, 그 독특한 형태와 구조가 보여주는 감각적 경험의 장과 물질적 상상력으로 인해 주목할 만하다. 중세 후기는 물질의 성화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한 정교한 논의도 발전하였지만, 성스러운 물질(holy matter)의 가능성 역시 끊임없이 개진된 시대였다. 그러므로 다양한 성물들이 생산, 재생산되고, 신심과 순례의 초점을 제공했던 중세 그리스도교 문화는 쉽사리 말해지듯 단순히 영적 그리스도교의 타락된 형태가 아니라, 물질에 대한 양가적 태도의 한 축에 있는 물질의 그리스도교적 의미가 확산되고 극대화된 것이기도 했다.
본 논문은 특히 평면적 도상, 고정된 조각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열리고 닫히는 문이 장착된 “열리는 성모상”의 구조와 다양한 형태, 콘텍스트, 교리적 규제, ‘날개달린 제단화’와의 관계 등을 살펴보면서, 중세 그리스도교의 신앙이 교리에 대한 믿음과 공식적인 의례 참여뿐 만 아니라 훨씬 다차원적이고 풍부한 감각적 경험이기도 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3. 티벳 탄트라 불교수행에서의 감각활용
발표: 조승미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수행과 깨달음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지 지각중심의 이해가 주류였다. 하지만 티벳 탄트라 불교에서는 감각기능을 활용한 소위 관상(觀相) 수행, 즉 시각화명상(visualization meditation)이 핵심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예비수행의 단계에서부터 고급단계의 탄트라 요가에 이르기 까지 관상수행법이 두루 실천되는 양상과 그 구체적인 내용의 일례 그리고 감각활용의 의의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4. 소노 시온 영화의 '응시'와 감각의 종교: 욕망과 환상의 쌍곡선
발표: 박규태 (한양대학교)
소노 시온(園子溫, 1961~ ) 감독은 특히 <자살클럽>(2001), <노리코의 식탁>(2005), <기묘한 서커스>((2005), <사
랑의 노출>(2008), <차가운 열대어>(2010), <사랑의 죄>((2011), <두더쥐>(2011), <희망의 나라>(2013) 등으로 2
천년대 현대일본영화의 충격적인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영화는 욕망과 환상을 처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일본사회의 궁지와 막다른 골목에 이른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인상깊게 묘사하고 있다. 본 발표는 특히 응시, 욕망,
환상을 비롯하여 향유(주이상스), 대타자, 타대상,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등 라깡의 주요 개념들을 매개 삼아이런 소
노 감독의 영화세계를 분석하고자 한다.그러나 본 발표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노 영화에 대한 이와 같은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감각의 종교'와 결부시켜 이해하는 데에 있다. 이때 '감각의 종교'란 일차적으로 '응시'개념을 둘러싼 영화의 감
각적 측면과 \'종교로서의 영화\'라는 측면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또한 '감각의 종교'는 영화라는 장르 자체의 특성을 매개로 할 뿐만 아니라, 영화 텍스트가 제시하는 욕망과 환상의 종교적 특성에 의해서도 규정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입각한 본 발표는종교 바깥에서 종교를 \'응시\'하려는 시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5. 생태의례와 감각의 정치
발표: 유기쁨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한국사회에서는 2천년대 이후 ‘의례’가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정부나 대기업 주도 개
발사업에 반대하는 현장에서 수행되는 각종 생태의례들은 저항의 상징적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저항적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수행되는 각종 의례들이 단지 위력행사에 불과한 ‘쇼’가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도 존재한다. 그렇
지만 현장에서 수행되는 의례의 효과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혹은 물리적 위력행사의 차원을 넘어선다. 본 연구에서는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종교의례의 수행 및 새로운 의례 창안, 나아가 운동 자체의 의례화 현상을 몸의 경험을 통한 환경, 자아, 상황 인식 및 그 공고화라는 측면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특히 ‘감각’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현장성
과 몸의 경험, 그리고 환경과 의례참여자와의 상호작용적인 측면을 조명하고자 한다.
6. 사이버 불교의례의 구성과 감각의 배치
발표: 우혜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사이버 상에서 실행되는 종교의례는 참가자의 적극적인 육체적/물리적 개입을 배제하고 있어 흔히 그 진정성이나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와 관련하여 본 발표에서는 한국의 불교 사찰/단체가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의례의 콘텐츠를 분석함으로써 '전통적' 불교의례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감각이 (재)배치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의례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더 나아가 세컨드라이프가 제공하고 있는 3D 가상세계의 불교의례를 소개함으로써 육체와 삼각의 영역이 온라인 의례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