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문 요지>
1. 두 가지 이분법(종교-세속, 그리고 동물-인간)의 쇠퇴와 그 의미
발표: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지난겨울 구제역 파동으로 30만두 이상의 가축이 생매장된 사건은 우리에게 동물의 고통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해주었다. 또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가 전국에 800만 명에 이르고, 그와 연관된 산업 규모가 2조원이 넘으며 매해 급성장을 하고 있다는 통계는 우리의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보호에 대한 관심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서구의 학계에서는 “동물 문제”가 이미 각광받는 주제로 등장하였으며, 연구의 방향을 바꿀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심 및 감수성의 변화가 종교에 대한 관심과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가? 이 글은 동물 문제가 어떤 맥락에서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지, 그리고 종교의 맥락과는 어떤 방식으로 엮어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주요한 분석의 관점은 종교-세속, 그리고 동물-인간이라는 두 가지 이분법의 쇠퇴과정을 서로 연결하면서 동물에 대한 시각의 변화 및 그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2. 인도종교에 나타난 동물존중태도
발표: 이병욱 (고려대학교)
이 글에서는 인도문화와 인도종교에서 동물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2장에서는 인도문화에서 아힘사(불살생)의 전통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아쇼카왕과 간디의 예를 통해서 접근한다. 또한 아힘사 정신은 인도의 종교, 곧 힌두교(3장), 불교(4장), 자이나교(5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힌두교에서는 동물의 희생제의에 대해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동물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마누법전》을 통해서 확인된다. 그에 비해 불교와 자이나교에서는 동물의 희생제의에 대해 비판한다. 불교와 자이나교에서는 동물에 대해 우호적이고 자비를 베풀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그 강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불교에서는 재가신도에게까지 엄격하게 불살생(아힘사)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자이나교에서는 재가신도에게도 불살생을 상당한 수준까지 요구한다. 그래서 자이나교의 신도는 농업에 종사할 수 없었고 상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이나교의 수행자는 불살생을 엄격하게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불교의 수행자에서는 이러한 엄격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교에서는 외면의 행위보다 내면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그렇게 되면 외면적 행위의 엄격함보다는 내면의 청정함을 더욱 중요시하게 된다. 한편, 불교와 자이나교의 불살생에 대한 입장은 각각 장점이면서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 외면의 행위보다 내면의 청정함을 추구하는 것은 이념적으로는 훌륭한 것이겠지만 삶의 현장에서 얼마만큼 실천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자이나교에서 불살생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은 존경의 눈길로 보아야 할 것이지만, 너무도 세세한 규정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그래서 필자는 불교와 자이나교의 불살생의 태도에는 각각 장점이 있으면서도 그 속에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3. 그리스도교의 전통에서 본 동물이해
발표: 김형민 (호남신학대학교)
그리스도교는 인간 외의 다른 생명체를 경외하거나 사랑하거나 존중하지 않았다. 오직 인간만이 중요했다. 그것은 유대교나 이슬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세 유일신교가 오늘날 동물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동물에 대한 윤리적 관점을 불교나 힌두교나 자이아교와 같은 이웃종교에서도 배워야 할 것이다. 점차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동물에 대한 우호적 생각들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교의 창조신앙은 동물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해석을 제공한다. 성서의 창조역사는,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을 하나의 생명공동체를 이루어 더불어 살도록 지으신 관계의 사건을 증언한다. 성서가 말하는 관계의 신학은 창조세계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로 한정하지 않고 다른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관계로 확대한다. 하나님은 인간만이 아니라(창 1:31) 땅과 바다(창 1:10),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나무를 지으시고 ‘좋다’고 감탄하셨다(창 1:12).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창조의 하나님을 고백하는 자라면 인간의 죄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는 다른 피조물의 신음소리도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하다. 본 논문은 그리스도 신학과 전통에 근거해 동물윤리에 대한 입장을 개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유일신교의 입장도 그리스도교와 비교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회복을 위해 유일신교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연구해 나갈 것이다.
4. 간디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채식주의의 노스탤지어
발표: 박상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독일의 유물론자 포이에르바흐는 인간이란, 곧 그가 먹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간 존재 양태를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조명하려는 그의 논의는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음식과 먹는 행위를 매개로 문화적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아무거나 먹지 않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의 분류체계는 주로 생물학적인 틀보다는 문화적 틀 위에서 형성된다. 여러 문화권에서 음식의 문화적 분류체계를 주조했던 주체는 종교였다. 힌두교, 유태교, 이슬람 등의 전통 종교는 지구화와 세속화를 통해 탈경계의 문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음식과 먹기를 통해 독특한 종교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채식주의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까지 소급되지만, 서구사회에서 특정한 문화 지형을 형성한 시기는 19세기 말부터다. 서구사회가 근대성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던 시점에 출현한 채식주의는 세속적 휴머니즘에 토대를 두고 있다. 육식의 관습과 욕망을 정화하라는 채식주의의 명령에는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이상”이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근대성 프로젝트와 육식문화의 결합을 살펴보고, 둘째로 채식주의의의 영토를 구축하는 문화적, 이념적 지류들을 고찰할 것이다. 끝으로, 채식주의의 세속적 금욕주의에 의미체계를 파악할 것이다.
5. 원시종교 이론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 관계
발표: 방원일 (서울대학교)
원시종교는 세계종교 전통들의 하나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시종교를 실존하는 전통으로 보아야 할까? 본 논문에서는 그보다는 원시종교를 학자들의 이론적 작업에 의해 구성된 산물이라는 입장에서 다룰 것이다. 초기 종교학에서 원시종교는 현대인과는 다른 ‘원시인’의 종교로 상상되었으며, 그 원시인들의 우매함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사례로 동물과 인간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었다.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과 같은 초기 원시종교 이론들에서는 바로 그러한 점을 강조한다. 초기 종교학 이론에서 동물은 ‘원시인’이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을 두드러지게 해주는 타자적인 범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종교학 이론이 발달함에 따라 원시인과 현대인의 사유의 연속성을 찾아가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원시종교 이론에 대한 재고찰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의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인간과 동물 범주와 세계관을 서구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보아야 한다는 이론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6. 중화민족이 용의 후예가 되기까지
발표: 홍윤희 (고려대학교)
오늘날 중국인은 스스로를 ‘용적전인(龍的傳人)’ 즉 ‘용의 후예’라고 부른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화교들도 자신들의 뿌리를 강조하고자 할 때 늘 ‘용의 후예’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중국을 ‘용의 나라’라고 지칭하곤 한다. 이렇듯 용은 만리장성, 황하(黃河) 등과 더불어 중국적 민족성의 대표적 상징이 되었다. 중국학계에서는 용이 중화민족의 토템이었고, 따라서 용이 중국인을 대표하는 동물이 된 것은 그 연원이 깊다고 주장한다. 또한 뱀의 몸, 물고기의 비늘, 말의 머리, 사슴의 뿔 등을 지닌 용은 여러 토템 부족이 하나로 통합된 모습으로서, 이것은 다원일체적 중화민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명청시대만 하더라도 용은 천자를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20세기 초 혁명의 움직임 속에서도 황제(黃帝)가 민족의 상징이었지 용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용이 중국 민족 모두를 상징하는 동물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이 논문은 전통 시기 중국에서 용의 의미와, 1930~40년대 원이둬(聞一多)에 의해 생겨난 중화민족 용 토템론(論), 1980년대 허우더젠(侯德健)의 가요 ‘용의 후예(龍的傳人)’의 대유행, 오늘날 중국 대중매체에서 ‘용의 후예’ 콘텐츠의 활용 등을 살펴보고 용이 중국인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고찰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동물상징과 현대적 의미의 종교성의 일단을 파악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