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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679호-광주 개신교이야기: 양림동, 선교사, 5.18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1. 5. 25. 20:23

광주 개신교이야기: 양림동, 선교사, 5.18

 

newsletter No.679 2021/5/25

 

 

 


I.


작년 말부터 몇 달 동안 광주 개신교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디지털광주문화대전’ 작업에서 광주 개신교 항목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관하는 전국 디지털문화대전 작업 중 디지털광주문화대전을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에서 담당했다. 개신교 항목은 대부분이 광주 개신교회이며, 광주와 관련된 개신교 기관과 사건 등 약 55개 정도였다. 디지털광주문화대전의 총 항목이 5,500개 정도 알고 있으니, 광주 개신교 비중이 1% 정도로 보인다.

광주는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며, 20년의 타지 생활 후 25년째 양림동에 있는 신학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니 꽤 익숙한 동네다. 광주 개신교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 우리 학교와 내 모교회, 내가 소속되어 있는 교단의 노회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러니 나는 광주 개신교의 내부자인 셈이다. 그렇지만 지나가듯 들었던 이야기 이상으로 광주 개신교의 출발과 역사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는 없었다. 내 눈과 의식은 주로 한국 개신교와 세계 그리스도교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와 호남 교회의 역사에 관한 문헌을 우선 살펴보았다. 상당수의 개별 교회 역사책을 둘러보았다. 20세기 초반에 세워지고 지금도 어느 정도 교세를 유지하는 교회들은 거의 대부분 교회 역사책이 있다. 이런 개별 교회 역사책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광주 개신교의 초기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제적인 정보들에 충실했다.

50개에 못 미치는 개별 교회 항목은 사전 편찬 양식에 따라 원고지 5매 정도로 정리하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개별 교회 선정 기준은 광주 지역사회와 관련을 갖는 대표성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교회, 교세가 큰 교회, 교세는 약해도 광주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교회 등이었다. 교단별로 대표성 있는 교회도 고려했다. 개별 교회 기술은 각 교회 역사책과 교회 홈페이지, 관련자 전화 인터뷰, 광주 호남지역 교회사, 기사 검색 등을 토대로 정리했다. 그 외 광주의 YMCA와 YWCA, 양림동과 선교사, 호남의 영성,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항목이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기술할 수 있었다. 항목 집필 과정은 과거의 기록을 살피고 정리하면서 그 경험을 재구성하고 부분적으로는 내 경험과 기억을 회상하는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오늘 광주 개신교 지형의 형성과 전개가 세 가지 용어를 중심으로 그려졌다. 양림동, 선교사, 5.18이 그것이다.

II.

양림동은 광주 개신교가 출발한 곳이다. 1904년에 미국 남장로교 선교회가 당시 광주군 효천면 양림리 양림산에 광주선교부(mission station)를 세웠다. 1904년 12월 25일 유진 벨 선교사의 사택에서 지역 주민들과 성탄축하예배를 가지면서 광주 개신교가 시작했다. 1884년 개신교 선교사가 한국에 처음 입국한 지 20년이 지난 후였다.

이후 양림동은 광주에서 근대 서구문화가 처음으로 소개되고 확산되는 진원지였다. 개신교회뿐만 아니라, 서구식 교육, 의료, 건축, 기술, 시민단체, 연극과 음악, 체육활동 등이 시작된 장소였다. 개신교 예배당, 광주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인 광주남학교(광주숭일중고등학교)와 광주여학교(수피아여자중고등학교), 광주 최초의 근대 의료기관인 광주제중원(광주기독병원), 한국 최초의 한센병 환자 진료소와 결핵 병원, 광주 최초의 근대 농업기술학교인 어비슨 농업기술학교, 오웬각과 윌슨하우스를 비롯한 근대 건축물들, 광주YMCA와 광주YWCA가 양림동에 세워졌다.

양림동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근대식 서구교육을 받은 광주 개신교인들은 한센병환자와 결핵환자,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사회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YMCA와 YWCA를 중심으로 광주시민사회를 이끌고, 민족운동에서 민주화운동까지, 광주 3.1만세운동부터 5.18광주민주화운동까지 주체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양림동은 광주근대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되어 광주의 근대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장소가 되었다.

III.

양림동에 광주 개신교의 뿌리를 내린 사람들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었다. 1904년에 미국 남장로교 선교회는 당시 광주군 효천면 양림리 양림산에 광주 선교부(mission station)를 세웠다. 이들이 광주에 온 것은 선교지 분할 정책에 따라서였다. 1893년에 한국에 온 미국 남장로교와 미국 북장로교, 호주 장로교, 캐나다 장로교 선교사들은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장로회 선교부 공의회'를 조직했다. 이 기구에서 선교 지역을 분할했는데, 미국 남장로교가 전라도 지역을 담당하게 되었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은 양림리에 교회와 학교, 병원을 함께 설립했는데, 이것은 1893년 ‘장로교 선교부 공의회’의 선교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내한 선교사들은 각 지역의 중심부에 선교부를 세우고, 교회와 학교와 병원을 운영했다. 이 세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가지 직능의 선교사가 필요했다. 복음전파를 담당할 목사 선교사, 치료를 담당할 의사 선교사, 교육을 담당할 교육 선교사, 아동과 여성을 전담할 여성 선교사, 이렇게 네 사람이 하나의 선교부에서 팀을 이루어 협력하며 활동했다.

광주 양림동에 자리 잡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도 이런 직능 선교사로 구성되었다. 광주 선교부 소속의 목사, 의사, 간호사, 교사 등으로 활동했던 상당수의 선교사들과 가족들이 이 땅에서 죽었다. 대부분이 풍토병 등 질병으로, 일부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 구내 선교사 묘역에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22명의 선교사와 가족들이 묻혀있다.

IV.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 개신교 활동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의 신군부에 대한 적극 협력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의된다. 더불어 광주 개신교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방관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평가가 있다. 광주 개신교의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관련성에 대해서 광주 지역 개별 교회의 역사, 광주YMCA나 광주YWCA 등 기독교 기관의 활동 등이 적절히 고려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광주YMCA나 광주YWCA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도청과 더불어 광주시민들의 가장 중요한 활동 공간이었다. 광주YMCA와 광주YWCA 지도부의 대다수는 5.18 과정에서 수배되고 구속되고, 두 기관은 한동안 거의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고 탄압을 받았다. 이들이 소속되었던 지역 교회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간 중 광주 지역교회의 활동을 보여주는 당시 1,642개 교회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가 지난 주에 발표되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간 광주 개신교는 시민들을 피신시키고, 전국교회 모금을 통해 현장을 수습하는 등 구호작업을 펼쳤으며, 고립된 광주의 상황을 전국과 해외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동시에 전국조직과 연합기관들을 통해 기도와 헌금을 요청하면서 전국과 세계교회에 고립된 광주 실상을 전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광주 개신교의 역할과 참여 등에 대한 평가는 지역교회의 경험 자료, 광주YMCA와 광주YWCA 등 개신교 관련 기관들의 활동, 5.18광주민주화운동 지도부와 희생자들의 종교 배경 등 다양한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을 보인다.


          광주 개신교라는 거의 120년 전에 시작된 사건은 흔적과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양림동에서 120년 전에 시작된 광주 개신교의 자취를 개별 교회와 개신교 기관의 활동에서 찾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광주 개신교를 만들고 경험한 주체들이 역사에서 사라지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경험마저 희미한 기억으로 퇴색하고 있다. 여전히 양림동에 남아있는 교회나, 병원이나 학교, 건물이나 묘역, 기록은 그 역사적 현실을 전달하는 매개물이 되고 있다. 그것들은 광주근대역사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기록되고 소비되면서 또 다른 광주 개신교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재식_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저서로 《예수와 다윈의 동행》,《종교전쟁》(공저),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회심》(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본 마음과 몸: 정경을 중심으로>, <한국개신교의 현재와 미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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