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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795호-한국의 민족종교를 계통별로 되짚어 보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3. 9. 13. 08:02

한국의 민족종교를 계통별로 되짚어 보다

 

news letter No.795 2023/9/12

 

 

 

한국의 민족종교는 1860년 동학의 창도를 기점으로 발생한 종교들이다. 그동안 15계통이 발생하였고, 이들은 대개 광복 전에 성립되었다. 동학계(1860, 수운 최제우, 시천주), 정역계 (1879, 일부 김항, 금화교역), 남학계(1888, 광화 김치인, 신화도통), 증산계(1901, 증산 강일순, 천지공사), 단군계(1909, 홍암 나철, 중광), 각세도계(1915, 신계 이선평, 합일원각), 갱정유도계(1929, 영신당 강대성, 도덕해원), 물법계(1937, 봉남 김재성, 심수법), 독립교단[이상 자생형 민족종교], 신유교계, 신불교계, 신도교계, 신기독교계, 무계[이상 기성종교 분파형 민족종교], 연합계와 기수련단체 등이다. 여기서 독립교단은 어느 계통에도 속하지 않은 독자적인 종교로 금강대도(1909, 토암 이승여, 의성사상), 원불교(1916, 소태산 박중빈, 은사상), 영주교(1937, 영당 임구천, 영명사상), 성덕도(1952. 김옥재와 도학수, 원자사상) 등이 있다. 이 밖에 신외래계, 일관도계 등 신종교 계통이 있으나 성격상 민족종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민족종교는 일제강점기에서 자생종교 탄압책에 의해 유사종교로 분류되었고, 광복 후에도 국산종교, 기타종교, 사이비종교로 불리며 저급하게 관리되었다. 단지 학계에서만은 민중종교, 신흥종교, 신종교 등으로 비교적 중립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전통종교에서는 자생한 민족종교를 외도, 이단으로 규정하고 한 시대의 부산물 내지 일시적인 종교현상 정도로만 보았다. 그러나 민족종교 측면에서 보면, 자생종교는 이 땅에서 한국인에 의해 창도되었다는 의미를 크게 넘어 역사의 요청에 의해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발생한 종교를 말한다.

 

이에 그들은 창도와 함께 공통적으로 후천개벽을 선언하고, 통종합일을 주창했으며, 지상선경의 이상세계 건설을 약속했다. 각 계통의 창시자들이 내놓은 다양한 사상들도 대체로 일맥상통하면서 위 세 가지 특징을 함축한 내용들이다. 이제 민족종교는 한 세기 반을 넘는 역사성을 지니면서 나름의 종교적 토양을 구축했고, 그들의 연합기구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사단법인체로서 불교, 유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원불교와 함께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종지협(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회원교단으로서 한국종교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민족종교는 역사의 진행 과정을 선천과 후천으로 가름하고 현재를 선후천의 교역기로 보고 있다. 그들이 본 선천은 상극과 모순으로 인해 낡고 병든 세상이며 이를 그대로 두면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으므로 시급히 개조해 후천의 밝고 건강한 도덕문명 세계로 전환시키려고 했으며, 그 처방전이 각 계통 창시자들의 개벽사상이다. 그 사상 속에는 유불선 삼교합일은 물론 과거 역사의 뿌리와 줄기를 이루어 온 제 사상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그 바탕 위에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정립하는 독특한 이념들이 창출되어 있다. 민족종교에선 교역기가 운도적으로 가을 추수기에 해당하므로 창시자들이 내놓은 사상들은 지나온 역사의 결실이요 열매 맺는 소식으로 해석하고도 있다.

 

민족종교 각 계통의 전개 과정은 시기적으로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대략 광복 전의 창도시대와 광복 후의 분파시대, 그리고 현재의 재정립시대로 나눌 수 있다. 창도시대는 창시자가 득도 후 활동하던 시기이다. 이때 그들은 좌도난정으로 참형되거나(동학 최수운, 단군신교 김염백, 남학 김광화), 스스로 순도하거나(대종교 나홍암), 또는 옥고를 치른 뒤 타계하기도 했지만, 창시자의 근본 사상과 그 참뜻이 가장 빛을 발하던 시기이다. 또한 이때 교의를 비롯한 종교의 기본체제가 확립되어 창시자의 교법이 다음 시대로 연계될 수 있었다.

 

분파시대는 이미 광복 전부터 시작되어 1970년대까지 지속되는데, 도맥이 전수되는 계통은 직계와 방계로 구분되지만, 그 외 계통은 창시자의 사후부터 교권상쟁과 법리의 해석과 재산문제 등으로 분파되었고, 여기서 다시 재분파가 되었다. 증산계는 한때 70여 파를 형성하기도 했다. 특기할 것은 독립교단인 금강대도, 원불교, 영주교 등에서는 분파현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재정립시대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로 계통마다 소멸교단이 늘어나는 대신 새로운 교단들이 발생해 신, 구가 교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교인들의 분포도 과거의 노인층과 여성 중심에서 젊은층으로 바뀌었고, 남녀의 비율도 비슷해져 교단 구성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만 종교체계가 현대화되면서 옛 전통이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다.

 

민족종교의 종교 사회적 기능은 광복 전이 활발하다. 동학은 농민혁명을 일으켜 정치, 사회, 사상의 개혁을 도모했고, 천도교는 3.1만세운동을 주도하면서 신교육, 신문화, 신여성운동 등 민족적 근대화 작업에 기여했으며, 또한 여성에게 온전한 이름을 지어주어 사회적 권익을 행사하게 했다. 대종교는 많은 인사가 상해 임시정부에 참여했고, 대한독립선언(무오독립선언)의 주체세력이었으며, 북로군정서를 조직해 청산리대첩을 이끄는 등 만주 항일독립투쟁의 중심 역할을 했다. 원불교는 간석지를 막아 농토로 만드는 방언공사를 하면서 개척사업과 자력양생에 주력했다. 광복 전의 민족종교는 조선왕조가 멸망하는 과정에 발생했으므로 복본(復本)주의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중에는 이왕가의 복원을 추진하던 교단도 있었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던 7천자설의 교단들도 있었으며, 창시자에게 충과 의를 맹세하거나 국궁배례 등 왕정시대의 의례를 사용하는 교단들도 있고, 겉으로는 민주제도를 표방하면서 안으로는 종교왕국을 구축한 교단들도 있는데 모두 복본주의적 형태로 볼 수 있다.

 

또한 민족종교는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서 분리보다는 일치의 입장을 취했는데, 이는 나라와 주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독립을 열망하는 의지로 나타났고, 넓게는 민족주체의식을 근간으로 한 종주국론과 지상천국 건설론으로도 연결된다. 천도교가 정교쌍전으로 가장 강렬했고, 원불교는 정교동심론을 펴기도 했다.

 

광복 전 민족종교는 일제의 철저한 감시, 탄압, 해체령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이 거의 불가능했으므로 일찍이 그 무대를 만주에 둔 대종교와 청림교 외에도, 동학계의 대화교와 원종교 천도교연합파, 증산계의 인도교, 무극도 등이 만주에 대규모 농장을 개설하고 교인들을 이주시켜 정착을 꾀했으나 모두 중국과 일본의 계략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광복 후의 민족종교는 1970년대까지 급변하는 사회와 분파작용에 휘말려 종교와 사회적으로 역기능의 행태를 보였고, 1980년대에 들어서 협의회의 발족, 인재양성과 교육사업, 교리, 의식, 제도의 현대화 작업, 방송과 언론을 통한 교화활동, 정통수행과 기수련의 접목 등을 꾀하여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족종교의 교의구성에는 전통종교에서 볼 수 없는 특수한 내용들이 있다. 신기독교계를 제외한 모든 계통이 수행의 제일의로 주문을 사용한다. 창시자의 깨달음이 응축된 주문을 기본주문이라 하고 기능적인 주문을 일반주문이라고 한다. 기본주문은 동학 천도교의 시천주, 정역계와 남학계의 오음주, 증산계의 태을주, 대종교의 각사, 각세도계의 원각주, 갱정유도계의 해인경, 물법계의 심전작정주, 독립교단 성덕도의 청심주 등이다. 금강대도에선 보고를 한다. 원불교에는 기본주문이 없다. 주문은 절대적 존재(또는 진리)와의 영적 통신문이라 하여 깨달음으로 가는 중요한 통로이며 신비성과 인격 완성을 수반한다. 주문에는 토흡주와 흡입주가 있으며 같은 주문을 어떻게 주송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효용이 달라진다. 그동안 각 계통의 교단에서 사용한 일반주문은 약 35백여 종에 달하며 미륵종(전 무을교)에는 3백여 종이 수록된 주문집이 있다.

 

민족종교는 공통적으로 후천곤운을 주창한다. 이는 선천의 남성위주인 억음존양의 천지비괘에서 후천에는 음양과 건곤이 정음정양 정위를 이룬 지천태괘로 바뀜으로써 남녀가 균등하고 만물이 고루어짐을 말한다. 나아가 여성적인 원리가 세상을 이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에 민족종교에는 많은 여성 교주가 나와 백여 개 교단을 헤아리며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초의 여성 교주는 증산계의 교문을 연 수부 고판례이며, 여성 교인으로만 이루어진 교단도 천지대안도, 정도교대본영을 비롯해 십여 개에 이른다.

 

 

* 이 글은 2022년도 한국민족종교협의회에서 시행한 역사 속에서 되짚어 본 한국의 민족종교라는 과제에서 계통별 민족종교의 서문에 해당하는 글의 일부이다.

 

 

 

 

 

 

이경우_

새종교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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