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의 위기와 인지종교학 2008.6.10 최근 10여 년간 인지종교학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그러한 관심은 대개 종교학 외부에서 종교학 내부로 스며들면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종교 현상이 ‘인간 현상’ 가운데서도 가장 두껍게 ‘신비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는 현상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종교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방법적 근거를 갖춘다면, 어떤 인간 현상이라도 설명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학문적 전망도 이러한 관심의 가속화를 배가 했을 것이다. 또한 종교학 내부에서도 꾸준히 인지과학의 개념과 방법을 통해 종교 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종교학 연구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일종의 ‘학문적 위기의식’의 결과..
공공생활에서의 신앙 우리는 살면서 ‘단일한 개인’으로 살지를 못합니다. ‘중첩된 정체성’을 가지고 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안에서는 한 지어미의 지아비이고, 자식의 아비입니다. 학교에서는 선생이고, 사회에서는 시민입니다. 교회에서는 소박한 신도이고, 상점에서는 그저 고객일 뿐입니다. 저는 이러한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황 속에서 과연 어느 것이 자기 정체성이냐 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맥락 의존적’입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자기 정체성을 그 상황에 적합하게 드러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각기 자기에게 우선하고 더 중요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비인 자기, 고객인 자기, 또는 종교인인 자기가 우선 선택될 수 ..
지령13호를 맞이하여 *이글은 13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한국종교문화연구소(이하 한종연)는 그 전신인 연구회시절을 포함하면 작년에 20주년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자그마한 자축행사도 한 번 갖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무 살이면 건장한 청년의 나이다. 그동안 한종연을 통해 학문을 연마한 많은 회원들이 강단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고, 종교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모여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연구소 공간도 있고, 우리가 발간하는 학술지는 학술진흥재단의 등재후보지가 되었다. 서로 함께 하는 공동체성이 상실되고 개인의 이해만 살아남아 있는 이 시대에 한종연과 같은 모임이 20년간이나 지속해왔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대단한 일이 아닐 ..
우리는 어떤 티벳을 말하고 있는가 누가 보아도 호감을 갖게 마련인 리처드 기어의 손목에는 항시 염주가 걸려있다. 그는 여기저기를 다니며 자신이 열렬한 티벳 불교 신자임을 선전한다. 또한 달라이 라마가 세계 각지를 누비며 설법은 물론 각종 평화 행사에 참여 하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분이 나타나는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들끓고 있다. 간화선에 식상한 한국의 불자들이 그런 모임의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등짐을 지고 불적지를 순례한 후 라닥이나 네팔을 거쳐 티벳 망명정부가 소재하는 다름살라를 찾는다. 그곳에서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고 그 분에게서 정신적(종교적) 감화를 받는다. 그리고 이런 여행을 끝낸 다음 이 순례객들은 적지 않은 양의 순례기와 여행담을 쏟아내고 있다.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