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스탄트와 기독교 사이에서 2008.8.12몇 년 전에 천주교 관련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나에게 주어진 주제는 개신교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xxx와 개신교”로 잡아 실무자에게 보냈다. 그런데 얼마 후 실무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논문 제목을 “xxx와 프로테스탄트”로 바꾸었으니 양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교구에 계신 ‘윗분들’이 ‘프로테스탄트’라는 용어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교구청의 홍보물에는 ‘프로테스탄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발표 자료집에는 ‘개신교’로 표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천주교인들은 모두 개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줄 알고 있었다. 천주교의 ‘윗분들’이 ‘개신교’보다 ‘프로테스탄트’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
BC와 AD, 이제는 BCE와 CE로! 2008.8.5 BC가 ‘Before Christ’, 그리고 AD가 ‘ann Domini’(in the year of our Lord)’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우리말로 BC는 (서력)기원전, 그리고 AD는 (서력)기원(후)로 번역한다. 사실 뜻 그대로라면 BC와 AD는 각각 주전(主前)과 주후(主後)로 번역되어야 한다. 불교는 불기(佛紀), 원불교는 원기(圓紀)를 사용한다. 대순진리회, 천도교, 대종교, 통일교 등 다른 종교들도 물론 연도를 표기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 기독교에는 ‘기기(基紀)’라는 용어가 적절할지 모르겠다. 대체로 기독교문화권인 서구에서는 ‘기기’를 사용한다. 사실은 ‘기기’인데 우리는 ‘기기’를 ‘서기(西紀)’로 번역해서 사용..
각국의 풍수 연구 2008.7.29 일본에서의 풍수연구는 한국에서처럼 대학에서 교과목으로 채택되어 있는 게 아니어서 아마추어의 그룹 스터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미우라구니오(三浦國雄)씨의 최신 저서인 風水講義(文春新書, 2006)에 의하면 70년대말 관서지방에서 몇몇 동호인이 모여 조직한 풍수연구회가 그 효시였다고 하니까. 대단히 재미있는 사실은 村山智順을 일본 풍수학의 鼻祖로 꼽고 있다는 점이다. 무라야마지쥰이라고 하면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학무국의 촉탁으로서 한국의 민속과 신앙의 전승에 관한 기초 자료를 수집해서 여러 권의 책자를 발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종교학 하는 사람들에게 웬만큼 알려진 \'조선의 유사종교\'가 그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이들 책자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지 ..
철학과 종교(학) 사이에서 - 통섭과 전략적 동거 2008.7.22나의 학문적 정체성을 따지자면 철학과에 소속한 강단철학자로 행세해온 셈이다. 그러면서 내내 고향상실증 같은 것을 느끼며 살아왔다. (문학적 감성을 자극할 듯한) 'Heimat' 처럼 (철학적 사유를 유발할 듯한) 'philosophy'나 ‘philosophieren’을 발음할 때 느끼는 묘한 마력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방지대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서양철학 중심의 분위기 속에서 동양철학은 어쩐지 생소하고 곁방살이가 아닐까. 무언가 엇갈리는 느낌을 지녀왔다. 그러다가 ‘한종연’의 강물로 떠밀려졌을 때 영광스럽다는 가슴 부풀림과 동시에 \'이제 고향에 돌아왔구나‘ 하는 귀향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이 두 영역 사이에서 이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