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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신교회에서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와 메타버스(Metaverse)


news letter No.702 2021/11/2

 





I. 이 뉴스레터를 쓰는 오늘은 2021년 10월 31일 일요일이다. 개신교회에서는 종교개혁주일로 기념하는 날이다. 개신교회의 504번째 생일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개신교회가 마냥 생일을 축하하기에는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예배로 모이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한국개신교회는 사회적 신뢰의 추락과 교세 감소라는 현실과, 이것이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 때문이다.

지난 9월에 한국개신교회는 대부분 비대면 총회를 개최했다. 총회에 보고된 2020년 교세 통계를 보면 모든 교단에서 교인이 감소했다. 한국의 주요 6개 개신교단(예장통합, 예장합동, 예장고신, 기장, 감리회, 기성)의 교인은 약 700만 명 정도이다. 1년 동안 약 39만 명이 줄었는데, 감소율 5.6%로 역대 최대였다. 예장통합이 약 11만 명, 예장합동이 약 17만 명 줄었다. 감리회도 약 6만 명, 예장고신도 약 1만 명, 기장도 약 8천 명, 기성은 약 3만 명이 줄었다. 출석교인 수 100명 교회로 계산하면 1년 사이에 약 3900개 교회가 없어진 것이다. 한국개신교는 2011년 약 88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10년 동안 약 180만 명, 즉 20%가 줄었다.

교인 감소가 당면한 현실이라면 앞날은 더 어둡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개신교회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교회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종교 영향도 및 기독교(개신교) 인식조사'에서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종교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응답이 67.3%였다. ‘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되는 종교’로 82.1%가 ‘기독교’를 지목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회학교 학생과 청년 등 미래 세대의 감소세가 장년층보다 더 가파른 것이다. 예장통합의 경우 주일학교 숫자가 지난 10년 사이에 연령별로 약 25%-40%가 줄었다. 2030년에는 주일학교의 약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교세 감소와 교회 이탈이 한국개신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개신교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 교인은 약1400만 명으로 지난 1년 동안 44만 명(약 3.1%)이 줄었다. 2006년 정점을 찍은 이래 14년 동안 남침례교인은 약 220만 명(13.6%)이 줄었다. 다른 개신교 주류교단인 연합감리교나 미국장로교도 교세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비슷한 상황이다. 여기도 역시 젊은 세대의 교회 이탈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개신교회의 상황은 지속적인 교세 감소와 젊은 세대의 더 급속한 이탈로 특징지을 수 있다.


II. 이렇게 한국개신교나 미국개신교에서 교세 감소는 종교시장에서 점유율의 지속적인 감소를 의미한다. 해마다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이익률도 급감하는 기업과 개신교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종의 사양산업의 길에 들어선 듯한 목회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상당수의 개신교회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교회의 통폐합이라는 구조 조정과 더불어, 상당수의 목회자가 ‘지속가능한 교회’라는 관점에서 목회 방향을 갱신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코로나 이후 교회의 역할에 대해 새로이 모색하고 탐구하고, 기후위기와 생태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방향 전환은 코로나 종식 이후 교회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인식과 일정 부분 연결되어 있다.

최근 통계조사는 코로나 이후 교회의 방향과 교회의 관심 주제에 관해 개신교인의 의식의 일말을 드러낸다. 교회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온라인 시스템 구축과 온라인 콘텐츠 개발(38.4%) 및 교회 공동체성 강화(15.4%)를 우선시 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가 관심 가져야 할 주제로 예배의 본질에 대한 정립(27.7%)에 이어, 교회의 공적인 사회적 역할(17.3%)을 주목한다. 이런 바탕에는 미래 세대와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여건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깔려있다. 달리 보면, 젊은 세대의 급격한 이탈과 사회적 신뢰의 급락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대응과 관련된 것처럼 보인다.

 


III. 코로나 이후 이런 목회생태계와 교인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개신교 안에서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와 메타버스(Metaverse)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온라인 신앙생활의 도입과 젊은 세대의 접근 가능성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를 위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나 운용방식과 별개로 파생된 신학적 질문을 동반한다. “일요일에 교회 나오는 대신 제페토에서 예배 참석해도 괜찮지요?” 지난주 대학원 수업에서 나온 이야기다. 목회자가 교회에서 실제로 받은 질문으로, 가상공간에서 예배의 유효성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요청하고 있다.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논의되는데, 교회 목회에 그 적용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라는 이슈 가운데, 환경과 사회는 그동안 한국개신교 일부가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참여해 온 주제다.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녹색목회를 지향하는 교회와 운동으로 실행되고 있다. 또한 교회의 사회적 공적 책임을 인식하고 지역사회나 공동체에 뿌리내린 마을교회 목회를 시도하고 있다. 교회의 생태적,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는 목회는 교회에서 긍정적으로 수용되거나 적어도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버넌스’의 문제는 매우 뜨거운 감자가 될 듯하다. 이것을 한국개신교회에 적용하는 것은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것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개신교의 총회와 개별교회 전체 체제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별교회는 교단과 무관하게 장로교회의 독특한 정치체제인 장로와 당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로가 구성원이 되는 당회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의사결정과 집행이 이루어진다. 이 체제에서 교회 안에서 의사결정 중심은 60대 남성이다. 교단 총회의 총대 역시 60대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올해 여성 총회장이 선출되었는데, 한국개신교 역사에서 처음이다. 하지만 여성 총대 비율은 기장에서도 9.4%, 예장통합은 2.2%일 뿐이다. 여성이 목사나 장로가 될 수 없는 예장합동이나 예장고신 등은 여성 총대 비율이 0%이다. 이런 개별교회와 총회에서 총대 지형이나 의사결정 구조는 교인 50% 이상이 여성이라는 현실이나, 다양한 세대 지형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한국개신교회에서 ‘거버넌스’의 문제는 현 구조와 체제를 지속하려는 세력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성과 젊은 세대가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거버넌스’ 문제는 한국개신교회가 구체제를 벗어나는 개혁의 시금석이다.



 







 


신재식_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저서로 《예수와 다윈의 동행》,《종교전쟁》(공저),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회심》(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본 마음과 몸: 정경을 중심으로>, <한국개신교의 현재와 미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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