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벌레로의 변신 2008.11.18 요새 뭐하냐, 어떻게 사냐. 궁금해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문안 인사 여쭙는 셈치고 붓을 들었다. 글쎄 뭐라고 할까, 아마 지하철(mtro), 회사(boulot), 집(dodo)을 반복하는 생활이라고 하면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집에서 주로 하는 일은 재우고 자는 일이다. 그러니 대개 9시만 되면 불이 꺼진다. 마치 농경민의 삶과 비슷하다. 게다가 갑작스레 휴대전화 번호마저 통신회사에 반납하고 나니 유목민에서 농경민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면 정해진 곳에 붙박이로 놓인 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연락을 받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어쩌다가 만날 약속을 했는데 차가 늦게 왔다거나 시간과 장소를 착각했다 하면 만회할 길이 없..
신화와 종교 사이에서 2008.11.11 막스 뮐러 이후 신화는 종교학자들의 관심안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뮐러를 이어받은 낭만주의자들은 신화는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것이며 종교 역시 본질적으로 신화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지금까지 종교학 내에서 주류를 지켜왔다. 하지만 자기 종교를 ‘절대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신화’라는 말을 선뜻 수용하기는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각자 현재 믿는 자기 종교와는 구별하여 전통적이고 원시적이라고 여겨지는 종교문화 혹은 현대 이데올로기의 일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한다면 모를까. 이런 사정을 잘 반영하는 사례가 현재 단군을 신앙대상으로 여기는 여러 단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기독교의 태도이다. 달리 표현하면 단군을 긍정하는 진영과 부정하는 진영..
고백과 과시,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08.11.4 지난 봄,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연예인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종교적인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사실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공개석상에서 신앙을 표출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사람들도 대개 그런 모습이 좀 불편하긴 해도 이미 식상하고 무덤덤해졌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도가 좀 지나쳤다. 전례 없이 많은 연예인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경쟁하듯이 신에게 감사와 영광을 돌리더니, 급기야 영화 관련 업체 부대표라는 사람이 수상자와 수여자로 두 번이나 무대에 올라 종교적 발언을 잔뜩 늘어놓았던 것이다. 이를 본 많은 시청자와 네티즌이 불쾌감을 넘어 분노를 표했다. 신에게 감사와 영광을 돌리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겸손하고 진지..
종교와 문화원형, 그리고 콘텐츠 - “종교문화원형 발굴 및 활용방안” 연구용역 중간발표회 후기 - 2008.10.28 오늘날 문화산업은 21세기 인류 사회를 이끌어 갈 핵심 동력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부각과 함께 중요성을 더 해 가고 있는 것이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문화콘텐츠 창출의 기본 원천은 인문학적 사고와 축적물입니다. 종교는 그러한 문화적 내용을 구성하는 중요하고도 근원적인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종교문화원형을 발굴, 정리하고 그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중요성을 지닙니다. 우리 연구소가 이처럼 중요한 일의 초석을 쌓는 데 일조하게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25일(토요일) 출판회관에서 우리 연구소 주관으로 “종교문화원형 발굴 및 활용방안” 연구 중간발표회를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