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편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 절망감 속에서도 세계와 다시 연결되기 news letter No.800 2023/10/17 1. 몇 주 동안 이어진 ‘심층생태학(Deep Ecology)’ 강의를 마무리할 시점에 짧은 글을 남깁니다. 그동안 우리는 네스(Arne Naess)가 제안한 ‘자기 자신을 더 깊고 넓은 차원에서 생각해보기’, 세계와 나를 바라보는 ‘깊이’에서의 변화, 인간적인 것보다 더 큰 세계의 일원이라는 감각 되살리기 등의 주제를 여러 갈래로 변주해서 다루었습니다. 여러분은 처음에는 심층생태학이 적절한 전략인가, 이 노선이 옳은가 아니면 다른 노선을 택할 것인가를 따져가며 수업에 임하는 듯했지요. 나의 제안은, 하나의 노선 혹은 전략으로서 이 ‘철학’이 타당한지 접근하기..
아카이브의 향기 news letter No.799 2023/10/10 “아카이브를 이용하는 작업자 본인이 본인의 아카이브 작업을 물에 뛰어드는 것, 물속에 잠기는 것, 심지어 물에 빠져 죽는 것에 빗대는 경우도 많다.” 아카이브 취향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몇 해 전 신간 안내에 나온 책 제목을 보고 도서관에 신청하여 빌렸다. 문고판 크기에 150쪽 남짓한 분량인데다가 내용도 재미있어서 금방 다 읽었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이 잘 녹아 있어서 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내 경험과 기억을 저렇게 풀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에 내 기억의 서랍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열렸다. 주전자 물이 막 끓기 시작하면 게거품처럼 작은 공기 방울이 쪼르르 수면으로 올라온다. 그러면 불을..
앤 카슨의 시에서 추스르는 마음 news letter No.798 2023/10/3 앤 카슨의 시를 읽다가 오래전, 그러니까 4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어느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날,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전파상 텔레비전의 뉴스 방송을 통해서 슬쩍 알게 되었던 그 날. 그렇게 죽음의 광폭함을 내게 알리는 신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동안 말문을 닫고 마음의 굴을 파고들며 쉬지 않고 신에게 물음을 던졌던 그때가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출신)를 대면하기 위해 이동하는 축제 기간 한가운데서 앤 카슨은 내게 이렇게 읊조린다. 신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이삭에게는 두 개의 이름이 있었다. 이삭은 눈먼 자라고도 불렀다. 마음의 어두운 하늘 속에서 이삭은 가장자리에 ..
종교학의 효용을 생각하며 news letter No.797 2023/9/26 종교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그 성격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여러 다양한 종교를 비교의 관점에서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정도가 아닐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특징들이 유독 종교학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비교 방법, 객관성, 과학성은 근대학문이 발원하고 발전하는 출발점이었다고 해도 무리는 없다. 비교 방법만 하더라도 근대 이후 지리적인 확장과 함께 지구상에는 수많은 부류의 사람과 문화가 존재한다는 자각으로 이어졌고 학문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이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필연적인 산물이었다. 중립성이니 객관성이니 하는 가치도 연구자의 편견이 연구 대상에 미칠 영향을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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