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영(陰影) 예찬 news letter No.701 2021/10/26 광고를 피하려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되는 때가 있다. 대부분이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무협극이거나, 궁중에서 벌어지는 여인네들의 암투극이다. 무협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갖은 고생을 무릅쓰고 목표를 향해서 돌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의 관심은 우리의 주인공을 저렇게 불철주야 노심초사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있다. 그게 열에 아홉,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함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앞으로도 그럴까? 좀 달라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요사이 중국처럼 급변하고 있는 세상도 없고, 중국의 가족도 예전 같지 않으니 아무래도 드라마 설정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궁중 암투극은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음모(陰謀)를..
체스토코바의 성모: 원본과 복사본, 물질적 이미지의 힘 news letter No.700 2021/10/19 미국 펜실베니아 주 벅스 카운티(Bucks County)의 소도시 도일스타운(Doylestown)에서 북서쪽 피스 밸리 공원(Peace Valley Park)으로 가다 보면 약간 경사진 언덕길이 나오고 주변의 전형적인 평범한 미국 교외의 집들 풍경 앞에서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체스토코바의 성모 성지 성당(Shrine of Our Lady of Czestochowa)”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원래 체스토코바는 유럽의 폴란드에 있는 도시다. 성 바오로 은수자회가 14세기 이 도시의 ‘빛의 언덕, 야스나 고라(Jasna Góra)’에 세운 수도원에는 ‘체스토코바의 성모’라 불리는 성모자 이콘(성..
권력과 권위, 그리고 종교학 news letter No.699 2021/10/12 학부 시절 1학년 1학기 전공과목인 정치학 개론 첫 학기 시험 문제는 ‘권력(power)과 권위(authority)’에 대한 물음이었다. 교수는 강의 시간에 이 둘의 구분을 지위의 정당성에 대한 집단구성원의 자발적 동의를 중심으로 ‘환자에 대한 의사의 권위’와 ‘정치가의 권력’을 사례로 설명했다. 우리는 정치외교학과 입학 후 치른 첫 번째 시험의 답안지를 돌려받았다. 수 개월 전, 나는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30 여 년이 흘러 빛이 바랜 2절지 종이에 가득 채워진 스무살 사유를 목도하였다. 한참 동안 그 답안을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마치 남의 글을 훔쳐 읽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내가 어떻..
결혼 단상 news letter No.698 2021/10/5 현재 한국사회에서 인간 삶의 전환점에 치르는 일생의례는 점점 삶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 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결혼이 그렇다. 결혼은 젊은이들에게, 이유가 어찌되었든, 점차로 선택 사항이 되어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젊은이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는 달리 이전에는 결혼은 인간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삶의 필연적 과정이었다. 심지어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면서 자식을 낳아 기르다가 먼저 죽은 남자는, 결혼식만 거치지 않았을 뿐인데, 조상이 되지 못하고 이른바 총각귀신이 되었다고 여길 정도였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사..
- Total
- Today
- Yesterday
- 원시문화
- 무속
- 기후변화
- 비평
- 죽음
- 앤 카슨
- 유교
- 불복장
- 한종연
- 점복
- E. B. 타일러
- 민족종교
- 종교문화비평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임현수
- 종교
- 순례
- 연구원 이야기
- 기후위기
- 갑골문
- 개신교
- 불교
- 기독교
- 코로나
- 정진홍
- 종교학
- 연구원
- 종교개혁
- 신종교
- 신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