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호 권두언 *이글은 14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종교 문제로 시끄럽다. 이명박 정권이 개신교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당사자의 사과를 종용하면서 갈등을 무마하려고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면서 불거진 종교적인 문제는 그리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지만, 불교계는 쉽게 납득하려 하지 않으며,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불교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조만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조만간 가동되면, 아마도 종교학자들이 공무원의 종교 교육 강사로 이리저리 초청받아 ..
파란색과 분홍색: 옷, 젠더, 종교 2008.9.30태어날 아기가 남자 아이라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선물 받는 출산용품은 대부분 파란색 위주다. 아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전형적인 남아용품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주변 사람들에게 틈날 때마다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에 쌓인 아기용품들 반은 파란색 계열이고 간혹 중성적 색깔로 분류되는 노란색, 흰색 등이 보일 뿐, 분홍색 계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서구에서 남자아이 = 파란색 계열, 여자아이 = 분홍색 계열 이라는 도식이 만들어진 것은 2차 대전 이후라는 점이다. 1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반대로 남자아이들이 분홍색 옷을 입었고 여자아이들이 파란색 옷을 입었다. 게다가 수세기동안 서구에서 어린아이들이 입던 옷은 남녀 할..
종교, 소통, 그리고 '밀양' 2008.9.23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요지인 즉 한 가지 신문만 읽는 사람은 행복한 반면, 논점이 다른 여러 개의 신문을 읽는 사람은 불행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입장을 정리하면 마음이 편안한데, 공연히 여러 관점에서 이것 저것 생각하게 되면 마음이 복잡해져 평안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 종교에 몰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화된 종교의 논리로 삶을 해석하며 사는 사람들은 단란한 일상의 행복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종교에 빠져 신심이 깊어지면 옆을 돌아볼 필요가 없다. 삶을 해석하는 논리도 단순해진다. 그만큼 마음은 행복하고 정신은 명쾌하다. 그 논리로 세상 모든 문제가 설명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데..
참된 심정이 빚어내는 거짓 문제들..그리고 vice versa 2008.9.16 얼마 전에 번역했던 책 「부록」의 제목이 ‘몸에 맞지 않는 옷 입기’였다. 논지만을 추려 말하면 이 글의 풍부한 재미가 사라지긴 하지만, 그 글에서 다룬 내용은 결국 ‘중국철학’과 ‘유교’를 정의하고자 했던 오랜 문제가 참된 역사와 참된 심정으로 충만해 있지만 사실은 거짓 문제라는 것이었다. 중국인 저자는 ‘철학’이니 ‘종교’니 하는 용어나 그에 상당하는 관념이 없던 중국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서구 학문의 세례를 받은 후, 백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타자의 장점이라 여기는 바를 선망하며 우리도 그것이 있다고 주장하였다고 했다. 혹은 타자의 단점이라고 여기는 바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런 것 따위는 없다거나 혹은 그런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