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壇 유감 2008.10.21 북경 외곽에 자리한 거대한 천단공원은 중국의 황제들이 하늘(天神)을 제사하던 곳이다. 이곳에는 양의 기운이 싹트는 동지에 하늘만 제사하는 圓丘와 더불어, 정월에 하늘과 땅(地神)을 함께 제사하는 祈年殿이 있다. 그런데 하늘을 제사한다하여 ‘천단’이라 이름 지은 그곳에 왜 ‘땅’이 끼어든 것일까? 기년전의 전신은 大祀殿이었는데, 하늘과 땅을 함께 제사하기 위해 세워졌다. 천지는 부모와 같은 존재이므로, 부모를 함께 제사하는 것처럼 천지도 함께 제사해야(合祭) 한다는 父天母地의 논리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하늘(陽)을 나타내는 3층의 푸른 색 지붕, 하늘의 운행을 나타내는 여러 개의 기둥들로 이뤄진 기년전은 철저하게 하늘을 위한 제단이었다. 다만 천신의 자리 옆에 지신의..
개천절 유감(遺憾) 2008.10.14 해마다 맞이하는 민족의 명절 개천절. 올해도 전국에서 기념행사들이 있었지만, 개천절남북공동행사는 열리지 못하고 북쪽에서 공동발표문 없이 연대사만 왔다. 각설하고 필자에게는 30대부터 민족운동에 관심을 가진 이래 가시지 않은 네 가지 의문이 남아 있다. 첫째, 왜 경축사를 대통령이 하지 않고 국무총리가 하는가? 현행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면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건국기념일 또는 독립일은 있어도 하늘과 땅을 열고 나라를 열었다는 우주적 차원의 의미를 담고 있는 국가명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천절 행사장에 국가원수가 참..
14호 권두언 *이글은 14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종교 문제로 시끄럽다. 이명박 정권이 개신교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당사자의 사과를 종용하면서 갈등을 무마하려고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면서 불거진 종교적인 문제는 그리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지만, 불교계는 쉽게 납득하려 하지 않으며,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불교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조만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조만간 가동되면, 아마도 종교학자들이 공무원의 종교 교육 강사로 이리저리 초청받아 ..
파란색과 분홍색: 옷, 젠더, 종교 2008.9.30태어날 아기가 남자 아이라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선물 받는 출산용품은 대부분 파란색 위주다. 아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전형적인 남아용품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주변 사람들에게 틈날 때마다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에 쌓인 아기용품들 반은 파란색 계열이고 간혹 중성적 색깔로 분류되는 노란색, 흰색 등이 보일 뿐, 분홍색 계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서구에서 남자아이 = 파란색 계열, 여자아이 = 분홍색 계열 이라는 도식이 만들어진 것은 2차 대전 이후라는 점이다. 1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반대로 남자아이들이 분홍색 옷을 입었고 여자아이들이 파란색 옷을 입었다. 게다가 수세기동안 서구에서 어린아이들이 입던 옷은 남녀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