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의 진화 2008.6.262003년 새만금 공사를 반대하며 수경스님과 도법스님, 그리고 문규현신부, 김경일교무, 이희운목사가 함께한 두 달여의 三步一拜 행진은 한국사회에 ‘우리 시대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커다란 물음을 던졌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반성과 참회를 요구하는 이 기나긴 행진이 끝난지도 어느덧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들 종교지도자들의 외침은 잠시 사회적 화제가 되었을 뿐 끝내 여의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새만금 공사는 끝이 났고, 북한산과 천성산은 뚫리고, 곳곳의 무책임한 개발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운하계획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기도 했다. 이 삼보일배라는 낯선 종교행위는 어디서 갑작스레 나타난 것일까? 한국에서 삼보일배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이 새만금 ..
지역전통과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발은 언제나 가능할까 2008.6.17수도권은 물론이고 각 지방에서도 개발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개발이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대운하 건설 때문에도 그렇고, 총선 때 서울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강북지역 주민들에게 약속한 뉴타운 건설 공약 때문에도 그렇다. 지역 발전이란 명분하에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진행되는 요즘의 개발은 기존의 삶의 조건이나 생활방식 등을 깡그리 무시한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치인을 비롯한 개발론자들에게 한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같은 이른바 \'이전의 것\'들은 전혀 고려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개발논리 밑에 전제된 것은 \'이전의 것\',..
종교학의 위기와 인지종교학 2008.6.10 최근 10여 년간 인지종교학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그러한 관심은 대개 종교학 외부에서 종교학 내부로 스며들면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종교 현상이 ‘인간 현상’ 가운데서도 가장 두껍게 ‘신비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는 현상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종교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방법적 근거를 갖춘다면, 어떤 인간 현상이라도 설명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학문적 전망도 이러한 관심의 가속화를 배가 했을 것이다. 또한 종교학 내부에서도 꾸준히 인지과학의 개념과 방법을 통해 종교 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종교학 연구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일종의 ‘학문적 위기의식’의 결과..
공공생활에서의 신앙 우리는 살면서 ‘단일한 개인’으로 살지를 못합니다. ‘중첩된 정체성’을 가지고 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안에서는 한 지어미의 지아비이고, 자식의 아비입니다. 학교에서는 선생이고, 사회에서는 시민입니다. 교회에서는 소박한 신도이고, 상점에서는 그저 고객일 뿐입니다. 저는 이러한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황 속에서 과연 어느 것이 자기 정체성이냐 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맥락 의존적’입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자기 정체성을 그 상황에 적합하게 드러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각기 자기에게 우선하고 더 중요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비인 자기, 고객인 자기, 또는 종교인인 자기가 우선 선택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