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에 모셔진 인간 2008.12.2 여행을 하다보면 처음 간 곳인데도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것 같아 의아해할 때가 있는 반면 사진이나 책을 통해 익히 아는 것과는 너무나 판이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얼마 전 여행이라기보다 업무상 잠시 스쳐간 미국에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것이 있었다. 링컨 기념관이다. 에브라함 링컨은 한국 사람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통나무집, 구렛나루 수염, by the people, 그리고 그의 동상은 어릴 때 익히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아온 것들이고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워싱턴 디시에 도착한 첫 날 밤 동행한 사람의 지인이 데려다 준 링컨 기념관. 나는 높이10미터가 넘어 보이는 파르테논 신전 모형의 이 건물 전체가 링컨 상(像)만을 위한 집이라고는 상상..
참회, 종교함의 기초 2008.11.25 다른 종교에서는 알 수 없지만 불교의식은 모두 참회(懺悔)로 시작해 회향(回向)으로 끝난다. 참회란 일반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것을 뉘우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이러한 참회는 대중에게 고백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자신의 허물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허물을 밝힐 수 있는 그러한 용기는 자신을 정화할 수 있는 내적인 힘으로 축적된다. 그렇게 내적으로 충만한 힘은 자연히 그것을 다른 존재와 공유하고자 하는 데 그것이 바로 회향이다. 참회는 잘못이 있어서 뉘우치는 경우도 있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다. 태어나면서 인간이 지닐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
낱말벌레로의 변신 2008.11.18 요새 뭐하냐, 어떻게 사냐. 궁금해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문안 인사 여쭙는 셈치고 붓을 들었다. 글쎄 뭐라고 할까, 아마 지하철(mtro), 회사(boulot), 집(dodo)을 반복하는 생활이라고 하면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집에서 주로 하는 일은 재우고 자는 일이다. 그러니 대개 9시만 되면 불이 꺼진다. 마치 농경민의 삶과 비슷하다. 게다가 갑작스레 휴대전화 번호마저 통신회사에 반납하고 나니 유목민에서 농경민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면 정해진 곳에 붙박이로 놓인 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연락을 받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어쩌다가 만날 약속을 했는데 차가 늦게 왔다거나 시간과 장소를 착각했다 하면 만회할 길이 없..
신화와 종교 사이에서 2008.11.11 막스 뮐러 이후 신화는 종교학자들의 관심안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뮐러를 이어받은 낭만주의자들은 신화는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것이며 종교 역시 본질적으로 신화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지금까지 종교학 내에서 주류를 지켜왔다. 하지만 자기 종교를 ‘절대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신화’라는 말을 선뜻 수용하기는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각자 현재 믿는 자기 종교와는 구별하여 전통적이고 원시적이라고 여겨지는 종교문화 혹은 현대 이데올로기의 일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한다면 모를까. 이런 사정을 잘 반영하는 사례가 현재 단군을 신앙대상으로 여기는 여러 단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기독교의 태도이다. 달리 표현하면 단군을 긍정하는 진영과 부정하는 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