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암흑의 시대’였나?2010.3.2 중세를 전공한 내게 사람들이 종종 던지는 질문이 있다. 왜 하필 중세철학을 전공했느냐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중세’라는 용어를 들으면 뭔가 막연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색채로 비유하자면 검정 색, 또는 비오기 직전의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과 같다고나 할까? 중세의 절정을 이루는 토마스가 살았던 기간이 1224년에서 1272년이니, 중국으로 치자면 성리학이 왕성하던 때일 것이고 우리나라로 보자면 고려 23대 고종(재위 1214-1259)과 24대 원종(재위 1259-1274)의 시대로서 고려가 대체로 확고한 왕권을 유지하고 있던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왜 하필 중세 철학을 전공했느냐고 묻는 말은 시대적인 관점만을 놓고 보면, 왜 하필 성리학을 하며,..
외줄타기와 송장 자세2010.2.23 1974년 8월 7일 새벽,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세계무역센터(WTC)의 남쪽과 북쪽의 110층 쌍둥이 빌딩. 그 빌딩 사이에 지름 22밀리미터의 쇠줄이 놓인다. 이는 전날 밤에 어둠을 틈타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에 몰래 잠입한 친구들이 밤새도록 외줄 곡예사 필리프 프티(Phillppe Petit: 1949-)를 위해 마련해 놓은 것이다. 두 빌딩 사이에 고정된 쇠줄의 길이는 약 60미터. 지상으로부터 높이는 411미터 50센티, 우리나라 63빌딩의 1.7배 되는 높이. 1968년 필리프 프티는 아픈 이를 치료하러 치과에 갔다가 잡지에서 쌍둥이 빌딩이 곧 뉴욕 하늘에 솟아 “구름을 간질일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다. 그 이후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쌍둥이..
‘종교문화’의 영어표기?2010.2.16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우리는 주목하지 않는다. 이 문제도 우리가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은 지금까지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문제 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리말 학술용어를 사용할 때 그 용어가 외국어, 특히 영어로 번역 가능한가를 우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생소한 용어를 제시하면 우선 영어로 그 용어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생각해보고, 만약 영어로 그 용어가 쉽게 번역이 되지 않으면, 그 용어의 유용성을 다시 생각하곤 한다. 원래 ‘종교와 문화’는 신학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신학에서는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한국’과‘종교(문화)’- 두 의미소(意味素)의 관계는? 2010.2.9 21세기에 접어든지 첫 10년이 지난 지금 한 공동체가 자체점검을 해야 할 시점일지 모른다. 개인이나 집단은 뜻으로나 사주역리로나 다들 훌륭한 이름을 갖는다. 역대 대통령 이름을 보면 다 그럴듯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과연 이름에 걸맞게 살고 나라를 잘 다스렸는가 의심스럽다. 자기 이름에 명실상부하게 산 인생은 성공한 일생일 터이다. ‘대통령', ‘대한민국’ 같은 거창한 명칭은 허구일뿐더러 현대 상징으로서도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 명칭을 없애야 한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역시 그 이름 속에 지향하는 뜻과 목표가 함축되어 있을 터이다. 참여자들과 업적을 보면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명칭은 ‘한국’, ‘종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