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유불 교섭2009.12.1 역사적으로 유교는 인간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길 위에 펼쳐져 있고, 불교는 이 세상을 가로질러 자유를 실현하고 무량광의 빛으로 향하는 길 위에 있다. 길을 가다보면 우리는 모퉁이에서 만나고 교차로에서 만난다. 유교와 불교의 교섭은 교차로에서 만나는 소통이다. 소통에는 상호 이해를 위한 만남이 있고, 한 쪽에서 다른 쪽을 저울질 하고 평가하는 통변의 만남이 있다. 역사적으로 고려의 선비 이제현은 유교의 길에서 불교를 번역하였고, 조선의 함허득통은 불교에서 유교를 통변하였다. 그들은 서로 다른 종교사유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믿는 신앙의 언어로 상대를 열심히 번역하려는 작업에 몰두하였다. 통변의 만남은 회통을 보여 주지만 번역에 머물고, 변증법적으로 상대를 이겨보려는 승부사..
2009년 하반기 심포지엄 후기 생각하고 행동하는 씨알의 소리 2009.11.24 그동안 종교적인 차원에서의 함석헌 연구는 주로 기독교권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그를 기독교적 사상가로 평가하는 것은 도리어 그를 크게 오해하는 행위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동서고금을 넘나들면서 역사를 이끌고 시대를 움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을 억압하는 구조적 폭력을 단호하게 거부하면서도 자신이 강의한 노장 사상을 몸으로 살아낸 자연생태주의자이기도 했다. 그가 ‘씨알’을 강조한 것도 기본적으로 ‘생명', ‘스스로 그러함’(自然)에 대한 경외감을 반영해준다. 그에게 생명은 무생물에서부터 인격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원리이다. 그 생명의 원리는 ‘스스로 함’에 있으며, 가진 것이 없기에 잃어버..
지령 16호를 맞이하여 *이글은 16호(9월30일 발간)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 2009.11.17 “종교와 인권”, “종교와 신자유주의”, “종교학과 인지과학의 만남”, “종교, 정치, 권력” 등은 최근 2년 동안 에서 특집으로 삼았던 제목들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종교를 당대의 사회문화 속에서 고찰하고 인접 학문과의 끊임없는 연대를 통해 종교학의 학문 방법과 비평의 지평을 넓히려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 연속된 주제들에 비하면 이번 16호의 특집 주제는 매우 ‘종교적’이다. “최근 한국 사회의 죽음의례”라는 너무나 정직하면서도 수줍게 내미는 제목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준다. 죽음을 논의할 때면 이것이 종교학의 주제인지를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
함석헌의 종교학적 탐구: 이 땅의 새 종교를 찾아서 - 2009 하반기 심포지엄 안내 - 2009.11.10 함석헌(1901-1989)을 20세기를 대표하는 한국 사상가로 꼽는데 크게 주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록 체계적인 저술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저작과 말씀 (저작집30권) 속에는 아주 다양하고 심층적인 사상의 스펙트럼이 펼쳐있다. 그의 사상은 민중/씨, 개혁/혁명/진화, 비폭력 평화사상, 전체주의(전체론 holism), 세계주의, 생명사상, 종교관/신관, 국가주의/민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해석과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그가 역시 부각시킨 ‘민중’의 진화한 형태로서 내세운 ‘씨’ 개념 및 사상은 동서사상의 핵심을 융화시킨 구조를 나타낸다. 분야 면에서 그의 관심은 역사학,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