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메시아와 정치적 지도자2009.8.25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이어서 또 하나의 비보가 전해졌다. 이건 예상되었던 것이다. 80대 중반에 이생의 삶을 정리한 것은 그렇게 장수한 것도 그렇게 요절한 것도 아니다. 요즘 시대에는 말이다. 개인적인 감상의 차이일 테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비해서는 충격이 덜하다.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예상이 되었고 천수를 누린 것이지만 아쉬움이 덜하지는 않다. 시대감각이라는 것이 그의 죽음을 한 명의 위대한 정치 지도자의 죽음으로 남겨 놓지 않는다. 메시아, 제법 우리에게 익숙해진 기독교의 개념이지만 낯간지러운 면이 없지 않다. 특히 현실 정치의 지도자를 상상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
과학과 종교 강연회를 마치고2009.8.18 ‘창조과학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종교 과연 위기인가?’ ‘도킨스의 도전 어떻게 볼 것인가?’ 나와 동학들이 과학과 종교에 관해 함께 쓴 책을 온라인 연재기사와 단행본으로 출판해준 언론사와 출판사의 주선으로 얼마 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가졌던 저자 초청강연회의 주제들이다. 공부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좀 더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고, 공부와 대중적 소통의 문제를 되새겨보고, 무엇보다 한껏 고민하는 현장 종교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강연후기 비슷한 것을 몇 자 적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싶다. 첫 번째 강연의 주제는 창조과학이었다. 우려했던, 아니 기대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창조과학은 지난 20여 년 간 한국 개신교계 전반에서 막강..
광복절과 민족종교2009.8.11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억압은 종교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일본헌법(1889년 제정) 제28조에는 “일본신민은 안녕질서를 방해하지 않고 또한 신민의 의무를 위배하지 않는 한 신교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제국주의 정책에 순응할 경우에만 신앙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민족종교의 경우, 총독부는 포교규칙에 의해 소위 ‘유사종교’로 취급하였으며, 이에 따라 종교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일반 사회단체처럼 치안경찰법과 내무부령으로 규제하였다. 민족종교에 대한 탄압은 극도에 달하였다. 동학은 처음부터 일제를 “개같은 왜적놈”으로 인식하였다. 천도교의 멸왜(滅倭)기도 사건은 이 경전구절에 바탕한 것으로 유명하다. 천도교인들은 일제가 하..
유교 테마파크를 다녀오다2009.7.28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賜額)서원”이라는 짧은 지식만을 가진 채 소수서원을 방문하였다. 퇴계 이황의 제자 대부분이 이곳 출신이라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서원에 들어설 때 입구에서 만난 것은 뜻밖에도 소수서원이 숙수사(宿水寺) 터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알리는 당간지주였다. 서원 경내에서도 뜻밖의 유물들을 만났는데, 그것은 제관들이 손을 씻는 그릇이 놓였던 관세대(洗臺), 해시계를 놓았던 일영대(日影臺) 등이었다. 이것들이 눈에 들어온 것은 여느 서원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눈에 보아도 이들이 절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재(石材)들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비들을 서원 구석구석에서 절에서 사용되던 석재들을 유교적인 용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