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에 대해 생각한다2009.9.22 조선 시대 말기에 정교분리의 관점이 수용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종교와 정치의 쌍방적인 불간섭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종교의 불간섭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시대에도 역시 세속권력이 종교권력의 간섭을 차단하려는 측면이 부각된다. 이토 히로부미 통감이 “정치는 통감이, 정신적 교화는 종교가 맡는다”고 주장하면서 서양선교사들에게 종교집단이 정치에 간섭하지 않을 경우에 그 특권을 인정해 주겠다고 하는 모습은 이러한 정교분리 원칙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일제 총독부는 한반도 내의 종교 세력이 지닌 위험성에 대해 민감한 대응을 해왔다. 자신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망명정부보다도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구심점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종교집단에 위..
신화의 낭만주의적 이해에 재 뿌리는 신화학 논의 - 링컨의 의 출간을 축하하며- 2009.9.15 최근 대학가에서는 신화학 강의가 붐을 이루고 있고 일반 서점에서도 신화에 관련 책들이 연이어 출판되고 있다. 이러한 출판물의 대부분에는 신화가 모든 존재의 원형과 모델을 말하는 성스러운 이야기이고 우주와 인간존재의 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이야기라는 낭만주의적 신화 이해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 문화적 유행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아직 본격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 종교학을 대표하는 학자 링컨의 가 번역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종교학계 신화이해에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엘리아데’와 ‘조셉 캠밸’의 신화 이해와는 다른 시각에서 신화를, 그리고 신화에 대한 설명을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새로운 이론적 자..
종교연구자의 독백2009.9.8 요즘 나는 종교연구자가 된 것을 자성을 해본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종교 연구자가 되는가? 물론 이 물음에는 제도적인, 개인적인 차원에서 여러 응답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모종의 이유로 종교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련 대학원에 입학하여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학위를 받아 종교 연구자가 되었다고 치자. 대체로 학위를 받은 종교 연구자는 종교 현장에 나가 활동도 하지만 대체로 종교 연구를 통한 학문적 활동을 하며, 그냥 자위한다. 일부 연구자는 그런 자위 상태에 머물지 않고 대학에서 종교 관련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미 특정 교육기관에 자리를 잡은 종교 연구자에게 강의가 직업이라고 쳐도, 그렇지 않은 종교 연구자들에게 학교 강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되물어본다. 우..
가슴을 뛰게 하는 변화, 지리산의 야단법석2009.9.1 지난 8월 중순, 지리산 실상사에서는 한여름의 열기만큼 뜨거운 열린 토론이 4박5일간 마라톤으로 이어졌다.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는 이름의 이 세미나에는 불교계의 폐단과 실상을 지적하고 한국불교의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전국에서 출ㆍ재가, 불자ㆍ비불자의 구분 없이 수백 명이 참석하였다. 내노라 하는 조계종의 무비ㆍ향봉ㆍ혜국ㆍ도법 스님이 차례로 짚어나가는 발제에 노장ㆍ소장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어울려 자유롭게 공개 토론하는, 현대불교사에서 전례 없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 법석에서는 간화선(看話禪) 수행법과 선방풍토, 종단 정치판과 승가의 세속화, 총림의 인적 폐쇄성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