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산사(佛光山寺)와 종교문화원형의 활용 2009.1.13 최근 본 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종교문화원형의 콘텐츠 활용’과 관련해서 해외조사 가운데 종교문화를 가지고 만든 대만 불광산사의 테마파크를 벤치마킹하는 순서가 잡혀 있었다. 방문을 앞둔 나는 성찰의 문화인 종교문화를 이용하여 인간이 즐기기 위한 테마파크를 만든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연구소가 하고 있는 종교문화의 콘텐츠 활용은 이같이 결국 종교문화의 진지함은 훼손시키고 상업적 목적에 활용하는 묘안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아도 현대사회에서 성찰의 문화가 힘을 잃어가는 판에 그것을 더 부채질하고 있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좀 꺼림직 하였다. 그런데, 내가 가서 확인해 본 불광산사는 이러한 나..
‘반복’과‘연속’ 2009.1.6 새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또 새해’입니다. 제 삶을 되돌아보면 이제 올해로 새해를 일흔 두 번째로 맞았습니다. 새해가 반복하기를 그렇게 여러 번 한 것입니다. 한데 그렇다고 해서 한 해가 그 나름으로 끊어진 토막 같아서, 그 토막을 다 훑어 끝에 도달한 다음에 마치 달리기의 바통 터치처럼 새 해를 ‘바꾸어 이어받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새해 경험’은 반복을 경험한 것이 아니라 다만 반복으로 무니 내어 경험한 실은 연속을 경험한 것이라고 말해야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새해맞이는 그것을 아무리 여러 번 되풀이해도 반복일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것을 아무리 이어 겪어도 소박하게 연속일 수도 없습니다. 비록 캘린더가 아니더라도 덜커덩..
성탄절 유감(遺憾) 2008.12.30 성탄절 저녁 지리산 산자락에 있었습니다. 겨울산은 해가 빨리 떨어집니다. 사방이 어둑어둑 해지면서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빨간 십자가였습니다. 성탄 축하 예배의 여운이 남아있었지만, 십자가 왠지 생경하고 도발적으로 보였습니다. 화엄사와 쌍계사, 천은사를 품고 있는 지리산에서 십자가를 본 까닭이 아닙니다. 그 빨간 십자가에 가슴이 무거웠던 것은, 또 다른 십자가가 생각났기 때문이었습니다. 12월 중순 어느 날 저녁, 정말 오랜만에 서울 시청 앞을 지났습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정말 화려하데요. 누가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인지, 서울시인지. 공들여 세운 것..
종교는 섬이 아니다 2008.12.23 지난 금요일 열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금의 종교와 권력의 수상한 밀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종교’에 대한 매우 이상화되고 정제된 그러나 매우 모순된 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즉 종교집단에게 영혼의 구제라는 ‘본래’의 사명을 회복하길 기대하는 동시에 공동선의 추구를 종교의 기본적 성격으로 규정하여 종교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또한 사회복지와 같은 공적영역의 참여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되 정치영역으로 부터는 후퇴를 요구하는..... 따라서 필자는 종교의 세력화를 논의하기 전에 우리 자신이 ‘종교’에 대하여 갖고 있는 시각을 점검할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