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교회- 헌금이 뭐길래
newsletter No.652 2020/11/17
최근에 불교학 전공자 몇이서 작은 사찰의 주지스님을 만나볼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종교기관 모임도 통제를 받아서 사찰 경영상 어려움이 크겠다고 우리가 인사치레를 하니, “절이야 본래부터 그렇지요. 불자들은 띄엄띄엄 절에 오시잖아요. 처처(處處)에 불상(佛像)이고 사사(事事)에 불공(佛供)이라고 가르치는데, 꼭 절에 와야만 신행(信行)을 잘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불자들은 기독교인들처럼 떼로 뭉쳐서 법회 보는 거 별로 안 챙겨요.”라고 답하신다. 그 스님은 불교종립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소위 “사찰경영 최고위과정”을 이수한 경력도 있고, 해당과정에서는 조직· 재정관리 등이 항상 심각하게 논의되었는데, 어찌 그리도 무심히 답하시는가. 불교신자들이 잘 뭉치지 않는 건 으레 절집 문화라고 단정하거나, 돈에 무심한(척 하는) 태도가 승가공동체[사찰] 관리자로서 좋은 매너인지, 순간 우리 일행은 난감하다.
그렇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불교학자들을 초대하셨으니 우리가 밥값은 해야 하지 싶어서 말을 보탠다. “불교가 가르쳐온 대로 처처(處處)가 법당(法堂)이라는 의미는 훌륭하고, 그러니 여기 법당도 제대로 운영이 되어야지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점차로 비대면 관계에 익숙해질 테고 불자들이 절에 찾아올 일도 더 줄어들 것 같으니, 경영차원에서라도 IT 매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온라인 홍보와 법회· 온라인으로 보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등등.... 사실은 그리 새롭지도 않은 조언을 우리가 한 셈이다. 그러자 스님은 “절집을 교회처럼 운영하라는 겨요? 허허 우린 그렇게 못 하지, 안 되지요.” 못 하시는 건지, 안 하시는 건지, 분명치는 않으나 거기서 그날 우리의 인사치레는 마무리되고, 나 홀로 생각이 깊어졌다.
이미 이용 중인 분들은 아시겠지만, PC나 스마트폰의 앱(App)에 들어가면 여러 개신교회가 온라인 방식을 곧잘 활용하는 것이 눈에 띈다. 유튜브처럼 온라인 예배는 이미 흔하고, 교회별 앱의 내용구성에는 특히 ‘헌금’ 메뉴도 빠지지 않는다. 온라인 헌금으로 말하자면, 오래 전부터 필자는 某은행의 인터넷뱅킹에서 가톨릭 성당과 구세군 모금함에 송금할 수 있는 특별메뉴를 보아왔다. 그런데 이제 더 놀라운 것이 생겨나서 그것을 위에 사진으로 옮겨본다.
KB국민은행과 여러 개신교회의 협약으로 개발된 앱 <디지털 헌금바구니>다. 앱 전면의 홍보문구에는 ‘예배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예배의 자리를 넓혀갈 방법으로... 예배를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예배를 드리는 것까지 생각하다’ 헌금 앱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헌금이 온라인으로 이체되는 것은, 앞서도 말했듯이,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헌금 앱은 필자에게 새롭고도 난해한 것이다. 왜냐면, 단지 여러 개신교인과 그들의 교회 사이에서 헌금을 중개하는 장치일 뿐인 은행의 앱에다 “교회”라는 표제어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헌금과 함께 각자가 쓴 ‘기도 제목’을 붙여서 보내고 보관할 수도 있고, 헌금 이체 후에는 위 사진에서처럼 거룩한(?) 답신을 기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 과연 그것이 ‘예배드림’인가.
위의 앱이 애당초 누구에 의해서 무엇을 목적으로 기획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런 형식적 플랫폼을 어떻게 해서 ‘교회’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지, 교회가 본래 무엇인지, 개신교인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행여 오해를 살까 조심스럽지만 감추지 않고 말하자면, 무조건 ‘헌금 있는 곳에 교회 있다’는 것인가.... 교회라는 성스러운 영역의 경계가 오직 헌금을 보내고 받는 뱅킹라인(banking line)에 달려 있다는 듯이, 마치 신앙을 돈과 함께 거래할 수 있다는 듯이, <헌금 바구니> 앱에 쓰인 화려한 종교적 수사(修辭)들이 오히려 매우 거슬린다.
다른 한편, 금년 내내 코로나로 인해서 신자일반의 경제사정도 그리 좋을 리 없는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교회· 사찰 등 종교기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지극히 가난해질 각오로 현재 보유자원이나마 우선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돌보는 과업에 힘써야 할 때가 아닌가. 누구든 풍요와 축재(蓄財)를 선망하는 시절이라고 할지라도, 종교기관의 청빈만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필 이런 형편 속에서 교회가 우선 자기방식의 존립을 위하여 <헌금 바구니>를 멀리 있는 신자들에게까지 내어돌린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거룩하지 않다. 어쩐지 부끄럽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평소 종교계가 헌금을 모아서 비축하지 않고 아낌없이 널리 나누고 돌보는데 모범을 보이면서, 모쪼록 거룩해지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혜숙_
불교아카데미 이사
논문으로 <종교사회복지의 권력화에 대한 고찰>, <한국 종교계의 정치적 이념성향 연구를 위한 제언>, <시민사회 공론장 확립을 위한 불교계 역할>, <구조적 폭력과 분노, 그 불교적 대응>등이 있고, 저서로 《아시아의 종교분쟁과 평화》(공저), 《임상사회복지이론》(공저),《종교사회복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