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유감2009.4.28 얼마 전 대학교 신입생들을 위한 수업시간. 나는 여느 때처럼 “대학에 왔다고 긴장을 풀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야 사회에 나가서 성공할 수 있다”는 진부한 말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교실 안에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이심전심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그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아이들의 얼굴에 당혹스런 빛이 스쳐지나갔던 것이다.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눈으로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또?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노력해서 바로 여기에 와있는데 더 어쩌라고? 도대체 언제가 끝이야?...” 지난 3∼4월 달에도 몇 명의 중고생들이 성적을 비관해서 목숨을 끊었다. 먼 곳의 일이 아니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도, 바로 가..
죽음을 사고 파는 장사꾼들2009.4.21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릴 적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끝없이 이어지던 만장 행렬이 동네를 길게 휘감고 돈 다음 언덕을 넘어 이웃 마을까지 갔다가 이윽고 앞산으로 가던, 그 길고 긴 상여 길이. 할아버지의 죽음은 갑자기 며칠간의 시끌벅적한 잔치를 몰고 왔다. 아버지와 삼촌은 삼베옷을 입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어이고 아이고 제법 음율있는 곡을 해댔다. 마당에는 멍석이 깔리고 사람들은 화투판을 벌였다. 부엌에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연신 전이며 찌개를 끓여 문상객들에게 날랐다. 나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 자체의 의미는 모른 채 그냥 사람들이 많은 것이 좋아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 바빴다. 모든 동네 사람들이 ..
정말로 바꾸어야 할 것 *이글은 15호(3월31일 발간)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 2009.4.14 얼마 전까지 “바꾸어야 산다”라는 구호가 많이 나돌았다. 윗자리에 앉은 분들은 변화 경영이니 뭐니 하면서 바꾸어야 한다고 외치고, 아랫사람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적자생존”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당연한 추세라고 여기게 되었다. IMF 사태는 둔감한 자들도 그런 구호를 피부로 느끼게 하였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더욱 악쓰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구호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변화의 전도사라고 해도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상황은 변화의 여부를 문제 삼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조건 바꿔라” 혹은 “..
종교인구 통계를 통한 종교문화읽기2009.4.7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 1월 19일 “2008년도 한국의 종교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종교단체가 집계한 종교 인구를 포함한 종교현황 자료들을 발표했다. 아마 양적인 과시를 보이려는 종교단체의 보고 집계라서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은 연구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종교단체의 의지가 숨어있고, 단체마다 통계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 이면에 읽을거리가 많다는 이유로 그 자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통계라 하더라도 통계 방법과 절차만 분명하다면 모든 통계는 그 나름의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통계든지 자료는 읽는 자 눈의 문제이다. 문광부가 발표한 종교별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교직자수가 총 36만여명으로..